‘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과거는 반복된다.’ - 미 하버드대 철학교수 조지 산타야나
4년 전, 우연한 기회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누군가를 가르치고 교훈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문장 어투도 강했습니다. 첫 번째 책 <청년, 취업하고 싶어? 7 Basic에 미쳐봐>가 그랬습니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았으면 하는 청년들을 마주 보며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낸 글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시작한 글쓰기는 계속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일정 요구 양식을 채워 신청하면 심의를 거쳐서 승인이 되어야 브런치 작가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나는 첫 번째 책을 출간한 상태였고 그전에 써 놓은 글이 몇 개 있어서인지 별 어려움 없이 심사에 통과되었습니다. 그 후 브런치 작가로서 다양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접할 수 있게 되었죠. 마음에 와닿은 글들이 참 많았습니다. ‘야,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세상에 없는 표현을 만들어 내서 독자의 마음에 감동의 파도를 일으키는 작가의 글들이 경이롭기만 했습니다. 때로는 그 글들이 내 마음을 위로해 주기도 했고, 지식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좋은 글들은 노트에 따로 적어놓고 필요할 때 다시 보기도 합니다. 나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작가들의 글을 접할 때면 공감도 많이 됩니다. 이런 느낌들이 글쓰기 세계로 나를 더 밀어 넣고 있었습니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1년을 미쳐 지냈던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두 번째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초고를 완성하고 퇴고를 몇 번이고 해 나가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나는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책 또한 나의 경험을 토대로 나와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쓴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5번째 퇴고의 과정을 거치는데 어느 글에선가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글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사연을 다시 소환하며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아픔에게 위로하고 함께 따뜻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잘 참았어! 그때 많이 힘들었지?” 지금껏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따뜻한 말이었습니다. 그 감정이 너무 좋아서 두 번째 책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가르치려는 글이 아닌 나 자신을 치유하고 공감하는 글로 수정해 나갔습니다.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랄까요? 리더는 외롭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못 할 사정들이 있죠. 혼자 감내하고 때론 속이 썩어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치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글쓰기가 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내가 나를 치유하는 과정의 글쓰기입니다.
정여울 작가는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이 치유되어야 읽는 사람도 위로를 받아요. 위로를 줄 수 있다고 믿으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슬픔에 솔직해지는 글을 쓰다 보면 결국에는 내가 괜찮아진 만큼 독자들도 내가 쓴 글을 보며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글을 쓰면서 치유와 위로의 기쁨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면, 그 글을 보는 사람도 행복해지거든요. 위로하려고 애쓰지 말아요. 내가 내 아픔에 솔직해지는 글을 쓰면 그걸로 충분해요.’
지금까지 나는 지위와 경험이라는 수단을 가지고 누군가를 가르치려 했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존재이면서 말입니다. 이런 나에게 퇴고의 과정은 내 마음의 심해로 들어가 바닥에 깔려있는 침전물을 제거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내 마음 밑바닥을 청소하는 시간이었어요. 퇴근하기 전 직장에서 생긴 일을 글로 써가며 정리하고 반성하곤 합니다. 글쓰기는 실수와 아쉬움이 남는 ‘오늘의 나’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보람과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내일의 나’로 만들어 주는 삶의 무기입니다. 이런 무기는 누구나 갖추고 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브런치 공간에는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세상에 공개하지도 못하는 글들도 있습니다. 단지 글쓰기를 통해 나를 치유할 뿐입니다. 이런 글은 나만이 볼 수 있는 ‘작가의 서랍’에 은밀히 보관해 놓았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글쓰기에 등장하는 사람에게 동의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완전 치유의 글쓰기가 되려면 ‘작가의 서랍’이 열려야 합니다. 세상에 공개되어야 합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숨겨진 나만의 아픔과 고민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어 사라져야 합니다. 그때 가벼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계속 걸을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아직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못한 것을 보니 아직도 치유받지 못한 페르소나가 내 안에 존재하고 있는가 봅니다. 언젠가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겠지요?
글쓰기는 짐을 내려놓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걸을 수 있게 힘을 주는 과정입니다. 사실 이런 글이 진짜 글쓰기이고, 삶의 생존 무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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